하토야마의 교훈
하토야마의 교훈
  • 김남필 동우
  • 승인 2009.09.08 21:42
  • 호수 12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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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변할 수 있을까. 하토야마 유키오를 대표로 하는 일본 민주당이 54년만에 자민당의 일당집권을 끝내면서 전 세계의 눈과 귀가 일본 정치에 쏠렸다. 사실 일본 민주당은  자민당이라는 전후 일본 보수정치 산맥의 또 다른 산줄기이다. 하토야마나 오자와 이치로같은 당내 ‘대표선수’의 정치약력을 보면 쉽게 알 수 있듯이 일본 민주당의 핵심 라인은 자민당에서 정계에 입문했고, 입신(立身)을 했다.
이런 맥락에서라면 민주당이 자민당의 정치적 ‘이음동의어(異音同義語)’일 수 있다. 그러나 부모가 같다고 형제의 인생이 같을 수 없듯이 일본 민주당은 태생의 한계를 극복하려는 비전을 제시하며 젊은 세대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선언’으로 이름붙인 자신들의 선거용 정책자료집은 “국민의 생활이 제일이다”라는 구호를 걸고 있다. 그 소박하지만 실질적 구호도 그렇지만 내용을 보면 비영리 민간기구의 참여와 지원 확대나 장애인, 소비자 권리, 양육에 있어서 부부공동 협력, 자살방지 , 공무원 개혁 등을 핵심과제로 내세우고 있다.
자민당이 미국중심 세계화에 적극 참여하여 공공부문 민영화나 헌법개정같은 비생활적 아젠다에 몰두(그나마 전통적인 정치산업유착이나 군국적 성격으로 별다른 결실도 없었지만)하면서 매몰된 정치의 존재이유를 민주당은 ‘생활정치’에서 찾았던 것이다. 민주당의 가능성은 하토야마 이치로 대표가 총선이 있기 나흘 전,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 지에 발표한 에세이 “일본의 새로운 길”을 보면 재확인할 수 있다.
하토야마는 미국중심의 세계화가 인간을 돈의 척도로만 간주하고, 그 결과 지역공동체가 붕괴하는 비극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그는 이러한 잘못을 시정할 대안으로 프랑스 대혁명이 앞세웠던 ‘자유, 평등, 우애(友愛)’ 중 우애의 원칙을 국내외적 정치활동의 기준으로 삼고 이를 실현하자고 역설한다.
그가 강조하는 우애란 시장중심경제구조가 낳은 비극을 이겨낼 공동체적 삶의 원칙이다. 구체적으로는 사회안전망의 확충이나 환경문제의 재인식, 공동체적 생활양식 보호 등 비경제적 가치가 중시되는 사회를 만들어 주는 정치를 하자는 것이다. 사실 이런 문제는 전통적으로는 진보주의가 주장하는 정치자산이다. 그러나 하토야마의 민주당은 바로 이러한 인간적 가치, 반시장적 가치를 생활과 연결하여 보통 시민, 젊은 세대가 갖고 있는 참정욕구를 흡수하는데 성공했다. 그는 민주당의 정치적 약속의 출발을 이렇게 밝힌다.
“우애의 원칙에 입각해서 우리는 영농이나 환경, 그리고 의약 등과 관련된 영역에서 인간적 삶과 안정성을 세계화의 자비심에 맡겨진 정책도구로 취급하지 않을 것이다.”
그는 또한 미국이 이라크전쟁의 실패와 금융위기로 세계중심국가의 위치를 잃게 될 것이라며 다극체제를 대비해 동아시아에 통합화폐의 신설을 기반으로 한 정치, 안보적 기구 창설을 궁극적 비전으로 제시하고 있다. 그의 소신이 현실에서 어떻게 실현될지 쉽지 않은 문제이다. 그러나 최소한 고이즈미처럼 미국 대통령의 목장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흉내를 내며 기꺼워하는 식의 퍼포먼스는 보기 힘들 것이다. 
문제는 다시 우리나라이다. 보수주의(사실 보수주의래야 기득권의 정치경제적 이익을 관철하는 정도 밖에 안되지만)라는 이명박 정부가 실용과 중도라는 화두로 변화하고 있으며 정운찬 교수를 총리에 선임함으로써 더욱 가속도를 내고 있는 시점이다. 진보주의, 혹은 정통 야당은 무엇을 해야할 것인가. 민족 대신에 시민, 이념 대신에 생활을 앞세운 참신한 정치세력의 등장이 목마르다. 우리 사회도 하토야마 정도되는 정치인을 만들어 내야 하지 않겠는가.
김남필 동우

김남필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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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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