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 이슈는 누가 만드는가
한국 정치 이슈는 누가 만드는가
  • 장현철 동우
  • 승인 2010.06.01 13:07
  • 호수 127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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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선거는 단시일내에 사람의 마음을 사는 고도로 집적화된 마케팅이다. 기본적으로 게임의 속성이 강해 선거전에 참여해본 사람들은 심신의 피곤함을 호소하면서도 그 묘미를 잊지 못해 다시 선거판을 찾기 마련이다. 이른바 중독성이 강한 것이다. 승패가 분명하고 반전과 감동, 배신과 합종연횡과 같은 드라마를 보면서 희열을 느낀다.

   역대 선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역시 노무현 대통령을 당선시킨 17대 대선이었던 것 같다. 지지율 5% 수준의 후발주자가 바람을 일으키고, 단일화 결단을 내린 협력자의 지지선언 철회 등 숱한 우여곡절을 거쳐 결국 대권까지 거뭐지는 과정은 참으로 드라마틱했다. 특히 17대 대선은 네가티브 캠페인의 부정적 효과가 극명하게 드러났다.

   당시 이인제 후보는 떨어지는 지지율을 만회하기 위해 노무현 후보에 대한 파상공세를 폈지만, “그럼 장인을 버리란 말이냐”식의 직설 화법에 오히려 부메랑을 맞았다. 반면에 2002년 16대 대선에선 김대중 후보측의 네거티브 캠페인은 대성공을 거두었다. 압도적 1위를 달리던 이회창 후보는 ‘병풍’(兵風)을 맞고 순식간에 추락했다. 2002년, 2006년 지방선거에서는 한나라당이 김대중 대통령의 세 아들의 부패 문제인 ‘홍삼 비리’와 노무현 대통령 인척을 거론하며 ‘바다이야기’ 의혹을 전면적으로 제기해 압승을 거두었다.  

   네거티브는 비단 공격자만 중요한 것이 아니다. 네거티브 공세가 올때 어떻게 수비하느냐에 따라 지지율이 큰 차이를 보인다. 1992년 민주자유당 김영삼 후보가 대표적이다. 당시 정주영 후보측이 부산 초원복집에서 오고간 기관장 대화내용을 폭로했으나, ‘도청’ 문제를 들고 나온 김 후보측의 역공이 오히려 성과를 거두었다.    

   선거일이 불과 이틀 앞으로 다가온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숱한 마타도어와 네거티브가 난무했다. 많은 쟁점이 나왔지만, 천안함 침몰에 따른 ‘전쟁과 평화’가 이번 선거를 가르는 핵심적인 이슈였다.

   결론부터 말한다면 민주당의 평화 공세는 처음부터 성공하기 어려운 아젠다였다. 한나라당의 의도적인 북풍몰이를 차단하기 위해선 구체적인 팩트(Fact) 논쟁이 필요했지만 불행히도 천안함 북 관련설을 뒤 엎을 영양가 있는 내용을 내 놓지 못했다.

   사안의 민감성을 고려해 의혹 제기에 신중했던 것도 한 요인이지만 그만큼 민주당의 전문성과 네트워크가 과거에 비해 크게 떨어져 있다. 민주당의 대북 전문성은 웬만한 민간 연구소에도 못 미칠 정도로 수준 이하이다. 그러니 말만 앞설 뿐 논리도, 정보도, 인맥도 허약하다. 더욱 민주당이 심각하게 생각해야 할 것 중의 하나가 여야간의 아젠다 제기 능력의 편향성이다. 보수언론과 방송까지 우군인 한나라당의 이슈 장악력은 거의 핵폭탄급이다. 반면에 야당은 인터넷과 마이너 언론 일부를 포괄하는 기관단총급에 머물러 있다.

   이런 상황에선 해묵은 평화 논쟁이 선거 판을 파고 들기도 어려울 뿐 아니라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한나라당의 중도서민 친화적 메시지와 같은 정치공세를 피할 수 없다. 그나마 27년만에 전국적인 선거연합을 이루어냈다는 것 정도가 성과로 꼽힌다. 선거가 끝나지 않아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민주당은 양당 구도에 기반한 여론의 헤게모니 싸움에 대한 새로운 전열을 정비하지 않으면 번번히 선거에서 패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할 것이다.


장현철(농어촌사회복지회 이사) 동우

장현철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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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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