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 - 김낙기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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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낙기 동문
  • 승인 2010.09.28 1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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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대신문에 건네는 말


▲ 김낙기 동문 (법학·84졸)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장
모교 한남동 캠퍼스를 떠나온 지 30년이 다 되어 가는 지금, 오랫동안 소식이 끊겼던 불알친구처럼 단대신문사에서 불현듯 연락이 왔다.

반갑고도 뭔가 아쉬움이 묻어나는 것. 80년대 초 지난한 시절, 군 제대 후 복학하여 한남동을 오가면서 인연의 하나라면 단대신문과의 관계였으니― 신문에 학술논문이나 가십거리 게재에다가 시조 기고로 단국대 학술문학상까지 받았으니 말이다. 그 수상이 하나의 계기가 되어 현재 전혀 다른 일에 종사하면서도 이른바 시조시인으로서 시조집까지 발간하며 미미하나마 사계에 활동을 하고 있다.

평범한 한 샐러리맨으로 살아오면서 그간에 가끔씩 들려오던 모교에 관한 좋지 않은 소식들은 안타까움 그 자체였다. 어느 대학들은 서울에 있는 본 캠퍼스 외에 제2, 제3의 캠퍼스를 조성하고 로스쿨을 유치하는데 비해 이제는 죽전으로 이전된 정들었던 한남동 캠퍼스의 소멸, 재학시절 강세였던 사법고시 합격률의 급격한 하락 등은 모교 발전에 기여한 바가 없는 필자로서는 유구무언이나, 솔직히 말해 단국대 법대 출신임이 부끄러울 정도였다.

더구나 준정부기관인 우리 직장에 1997년 이후 올해까지 한 사람의 후배도 입사하지 않았으니 이는 대체 어찌 된 일인가? 필자는 입사 당시 5명 채용에 모교 추천으로 합격하여 지금까지 조용히 근무하고 있다. 우리 직장이 인기가 없거나 많이 뽑지 않았거나 후배들의 실력이 저하되었거나 이유야 있겠지만 이 또한 조직생활에서 단국대 출신임을 그리 떳떳이 내세울 일이 되지 못한다.

이를 어쩔 것인가? 원론적인 얘기지만 기본에 충실한 모교가 되었으면 한다. 재단의 공정한 학교운영, 우수 교수진의 구축 및 철저한 연구와 가르침, 학생들의 뼈를 깎는 학습풍토의 견지 등 삼자간의 원활하고 유기적인 관계가 형성되기를 고대한다.

마침 정부에서도 공정사회를 강조하고 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 지도층 인사일수록 사회적 의무를 다하는 것, 국방·납세·준법의 의무를 다할 때야말로 명실공히 선진국이라 할 수 있듯이 단국대 재학생들은 비록 더 나은 대학에 가진 못했더라도, 성실한 인간성을 바탕으로 학생본연의 임무인 학문탐구에 전념한다면 공정사회에 통할 수 있는 보다 훌륭한 사회인으로 태어나리라 생각한다. 사회는 약삭빠른 지식보다 남을 배려하는 지혜를 더 필요로 한다. 주변을 보면 그간 단국대 출신 동문들이 세칭 일류대 출신들보다 같은 직장에서 더 높은 지위에 오르는 것을 종종 본다. 특유의 겸손하고 성실한 인간성에 부단히 노력하는 결과인 것 같다.

바깥사회는 대학보다 엄청 넓고 크다. 지식만으로 근면과 지혜를 이길 수 없다. 일반 행정업무의 경우 부하직원들을 데리고 일하면서 일류대와 비일류대 출신 간에 업무수행력의 차이를 별로 느끼지 못한다. 몸은 좁은 캠퍼스 안에 있더라도 시야는 더 높고 넓은 사회를 지향하여야 한다. 수많은 기회가 단국대 졸업생들을 기다리고 있다. 다시 돌아오지 않을 오늘 이 시점을 놓치지 말고, 후배 재학생들이여 부단히 공부하기 바란다. 돌이켜 보면 필자도 취업 후 직장 현실에 너무 안주한 채, 은혜 입은 모교와 은사님들께 도리를 못한 게 마냥 가슴이 쓰리다.

이제, 단대신문에 수작(?)을 걸어본다. 참 오랜 세월 연락이 두절됐던 애련의 그대! 학교와 동문(재학생과 졸업생 혹은 전문학과와 그 분야의 사회전문가인 동문 인사들) 간의 가교역할을 해주시면 어떨까. 물론 시방도 이 동문 칼럼을 통해 불특정 동문 개개인에게 의견개진의 장을 제공하고는 있으나, 이에 그치지 말고 좀 더 치밀한 계획에 따라 전문분야별로 동문측과 학교측에 번갈아 발표기회를 줌으로써 양자간에 화합과 병행발전의 기회를 주는 것 말이다.

이를테면 사회에 흩어져있는 동문 문인들과 국문학과·문창과 교수와 학생들이 함께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지면의 장을 마련한다면, 동문들은 모교에 대한 애착과 고마움을 느끼게 되고, 재학생들은 동문 문인을 통하여 산 공부를 하게 되며, 교수진은 전공분야에 더욱 정진하는 계기가 될 것이 아닌가. 나아가 분야별 정규 모임이 만들어져서 양자간에 지상(紙上)이 아닌 실제 회동이 이뤄질 수도 있을 것이다.

단대신문이여! 맑고 싱싱한 펜의 힘을 보여주라. 죽전시대의 단국대학이여, 천안캠퍼스여! 처녀성을 터뜨리는 선지 핏빛 불잉걸로, 산고 끝에 떠오르는 새 아침둥이 꿈빛덩이로 치솟으라. 

김낙기 동문(법학·84졸)
공무원연금공단 서울지부장

김낙기 동문
김낙기 동문

 dkdds@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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