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문칼럼-김지훈 동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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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단대신문
  • 승인 2010.10.12 12:15
  • 호수 12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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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김지훈(문예창작·06졸) 동문

가슴 한 켠에는 늘 꺼지지 않는 불빛이 꿈틀거린다. 그 불빛은 애시당초 형상이 없었으므로 자유자재로 형태와 빛깔을 바꾸며 다가온다. 때로 너무 밝아 백지처럼 보이기도 한다. 그 백지에 한 여름 늘어진 전깃줄을 오선지 삼아 날아가는 음표, 새들을 그려본다.
글을 써 놓고 보니 필자의 신상정보가 궁금해질 만도 하다. 머리말은 지난 2008년 2학기 본교 연애시창작 강의록을 정리하여 옮긴 내용이다. 필자는 2000년 문예창작과 제1기생으로 입학하여 지금까지 글을 쓰고 있다. 종종 글이 밥을 먹여주는가라는 현실적인 질문을 받을 때가 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다’. 밤새 시 한 편을 완성하기 위해 고심했던 날들, 태양보다 먼저 시뻘개진 두 눈을 비비며 강의실을 향해 긴 그림자 늘어뜨린 날들, 호수에 배를 띄웠던 날들, 두 시간 강의를 준비하기 위해 네 시간 준비를 하던 날들, 모든 날들은 창작이라는 두 글자가 만들어낸 자화상이다. 좋아하는 글을 쓰다 보니 글은 밥이 되고 사람이 되고 희망이 되었다.
부딪혀 보지도 않고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필자가 대학원에서 연구하는 과제는 글쓰기 치료다. 글쓰기가 문학이라는 범주 안에서 치유와 치료의 효과가 있다는 논의는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이 논의에 대한 구체적인 연구나 실천이 유럽이나 미국의 연구실적에 비하면 미흡하다. 석사학위논문을 작성할 때 많은 고민을 했었다. 선행 연구자료가 충분하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이 관심은 가지지만 쉽게 뛰어드는 길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그 때 문득 뇌리를 스친 시가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이었다. 늘 깨어 있는 사람은 실패를 하더라도 도전을 한다. 하지만 사람은 누구나 현실과 이상의 갈림길에서 고민을 한다. 우선 먹고 살기 바쁜데, 나 하나 챙기기도 벅찬데, 맞는 말이다. 하지만 혼자 이룰 수 있는 것은 없다. 어떠한 길을 가든지 사람들과 더불어 포기하지 않고, 꿈을 가진 사람만이 꿈에서 벗어나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다.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할 일이 있다. 지금 당장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멈추고, 해야 할 일을 하고 있다면 최선을 다하고 감사해야 할 일이다. 그것 또한 본인이 선택한 결론이기 때문이다. 꿈은 밤새 눈 뜬 채로 꿈 꾼 자의 몫이다!
써라! 무조건 써라! 글쓰기는 자가치료의 효과가 있다. 경제가치에 의해 인권이 바닥을 치는 순간에도 일기 쓰는 습관을 가지자. 일기는 스스로를 확인하는 가장 좋은 글쓰기, 다가올 날들의 나침반과 같다. 우선 갈 방향이 확실해지면 꿈을 향한 속도에도 가속도가 붙는다. 사람의 뇌는 과거의 경험들을 불러올 수 있는 지도를 가지고 있다. 이성과 감성의 저울이 평형을 이룰 때 건강할 수 있다. 일기를 쓰는 밤은 혼자가 아니다. 자신이 쓴 문장이 말을 걸어오기도 하고, 때로 질문을 던지기도 한다. 그 때 쓸쓸함은 사라지고 더불어 행복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반성은 하되 후회는 하지 말자.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당신들은 행복하다. 사랑하고 사랑받고 있다.

한 자루의 펜과 너와 나의 가슴으로!
김지훈(문예창작·06졸)
단국대, 배제대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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