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 도화지 위에 그릴 물감 사길
‘인생’ 도화지 위에 그릴 물감 사길
  • 이홍희(경영)교수
  • 승인 2010.11.24 11:58
  • 호수 128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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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인이 맘대로 써도 상관없는 100만원이 생기면 무엇을 할까? 단대신문사에서 보내주신 주제가 단순해 보이면서도, 생각할수록 머리가 복잡해진다. 그러고 보면, 돈의 사용은 한사람의 인생관 또는 가치관과 강하게 연결되어 있나 보다. 가장 먼저 스치는 대답은 본인의 작은 가족을 위한 사용이었다. 값싼 옷이라도 열심히 까다롭게 고르는 아내(옷의 기능만을 선호하는 남편 때문에 선택이 어려운걸까?), 책을 좋아하는 일곱 살 첫째, 인형놀이를 좋아하는 네 살 둘째, 바나나를 좋아하는 19개월 셋째가 생각났다. 다리에 깁스를 하신 어머니에게 사골을 더 사다드릴까? 아마 지금의 “나”라면 그 여윳돈을 본인이 좋아하는 사람들을 위해 야금야금 쓸 것 같다.

하지만, 백묵처방이라는 제목으로 쓸 내용을 구상하자면, 독자인 학생의 입장에 맞추어 답변해야 할 것 같다. 독자를 고려하여, 몇 가지 조건을 추가해볼까 한다. 본인이 대학생 시절을 지나온 지 이미 10년 이상이 되었지만, 엉뚱한 상상을 해보자. 만약 2010년 현재 본인이 20대의 대학생이라면, 그리고 100만원이란 여윳돈을 자신에게만 투자해야 한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아마 그 답은 군 입대 전과 전역 후가 달라질 것 같다.

군 입대 전이라면 내가 모르는 세상을 여행하고, 그곳에 사는 사람들을 만나고 나도 그 일부가 되어보고 싶다. 방학을 이용하여 집에 있는 26인치 철제 생활 자전거(일명 철티비)를 가지고 약 한 달간 일본으로 여행을 가볼 것이다. 예전에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 20대 청년이 하루 평균 2만원으로 자전거 일본여행을 하는 것을 본 적이 있다. 일본은 자전거로 일주하기에 비교적 훌륭한 환경을 제공하는 것 같다. 공원에서 텐트를 치고 숙박을 하는 것도 허용이 되고, 자전거 길도 잘 닦여있다고 한다. 또한, 자전거 여행객에는 어느 나라 사람이든지 호의적인 것 같다. 일본어를 전혀 못하던 그 청년은 한 달이 넘게 수많은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일본사람, 일본문화, 일본어를 익혀나갔다. 나의 가상의 계획이라고 해봐야 그 청년의 여정을 답습하는 수준일 뿐이겠지만, 20대 초반의 대학생으로 평생 잊지 못할 경험이 될 것이라 확신한다. 한 달이 지나면서 얼굴과 몸이 점점 구릿빛으로 그을려 질 것이고, 일본을 알아가면서 결국은 나를 알아가는 기회가 될 것이다. 그런데, 일본 왕복비가 3~40만원으로 가능할지 모르겠다.

만약 2010년의 내가 20대 중후반의 예비역이라면 어떨까? 아마도 가까운 미래인 졸업 이후를 준비하기 위해 100만원을 사용할 것 같다. 『초학습법』이라는 책을 보면, 트로이 유적을 발견한 독일 고고학자인 슐리만은 독일어, 영어, 프랑스어, 네덜란드어, 스페인어, 이탈리아어, 포르투갈어, 그리스어 8개 국어를 유창하게 쓰고 말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가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그는 좋은 문장을 음독해보면서 통째로 외우는 법과, 자신이 매일 작문한 문장을 그가 고용한 언어 교사에게 수정받아 또한 통째로 외우는 법, 이 두 가지가 그의 비법이었다고 한다. 그는 급료의 반을 언어 교사의 수정지도에 지불했다고 하는데, 본인이 예비역 대학생이라면, 본인도 슐리만처럼 영어와 중국어의 수정지도에 100만원이라는 여윳돈을 아낌없이 사용해보고 싶다.

백묵처방이라고 하더니, 상상의 나래를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본인은 따라쟁이가 되고 말았다. 여러분은 대학 생활이라는 것이 지금의 실제이시니, 필자보다 몇 곱절은 훌륭한, 인생의 화가가 되시기를 바란다.

이홍희(경영)교수

이홍희(경영)교수
이홍희(경영)교수

 honglee@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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