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색볼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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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志>
  • 승인 2004.11.23 00:20
  • 호수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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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7년 8월 박경리가 발표한 단편소설 『불신시대』는 전쟁의 비극과 부조리한 시대 상황 속에서 한 인간의 고통을 통해 사회를 비판했다. 주인공 진영은 전쟁으로 남편을 잃고 남아 있던 아들마저 엉터리 의사에게 뇌수술을 받다 죽게 된다. 그리고 그녀를 둘러싸고 있는 타락한 사회와 인간군상은 모두 그녀를 기만하고 배신하다. 그녀에게 있어 사회는 불신할 수밖에 없는 곳이었다.
▲어느 사회이건 간에 기만과 배신은 불신을 야기한다. 최근 정치권에 의한 일련의 ‘사법 무시’ 행태가 일반 국민에게 번지면서 전반적인 재판 불복과 사법 불신으로까지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초부터 이달 12일까지 법정 소란으로 청원경찰이 출동한 사례가 15건이며 재판결과에 대한 단순 항의나 재판부 모욕까지 합하면 법정소란이 매일 한 두건씩 발생하고 있다. 일반인들의 법정소란과 재판부 비난도 이제는 흔한 일로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불신시대는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전두환, 노태우 전 대통령들이 연이어 비자금을 조성한 사실이 드러났을 때, 여당과 야당이 민생은 돌보지 않고 티격태격 논쟁만 일삼았을 때, 기업가들이 자신들의 부를 축적하기 위해 국민들을 외면했을 때 삼풍백화점이 무너지고 성수대교가 붕괴됐다. 요즘은 어떠한가? 국민들은 대통령을 불신하고 여전히 정치권을 불신한다. 국민들은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더 좋은 정치를 바랬고 이번에는 정말 달라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매번 같은 기대는 무참히 깨지고 말았다.
▲불신. 신뢰할 수 없다는 것은 그에 앞서 자신의 기대와 바람이, 믿음이 깨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 국민들, 이제는 지칠 때도 됐겠지만 여전히 더 살기 좋은 나라에 대한 소망을 품고 있다. 지난 11일 국회가 꼭 2주간의 파행 끝에 속개됐다. 저기 여의도에 있는 높은 분들(?)은 이러한 국민들의 기대를 져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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