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경대
화경대
  • 김일수
  • 승인 2004.11.23 00:20
  • 호수 11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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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담화…기묘하거나 위험하거나

요즘 사립학교법 개정 논쟁이 뜨겁다. 개정을 찬성하는 쪽은 ‘부패척결과 민주적 학교운영을 위해 사립학교법이 개정되어야 한다’며 그 정당성을 내세우고, 반대하는 편에서는 ‘비리 사학의 봉쇄를 명분으로 사학 운영을 획일화하여 사학법인의 독창적인 건학정신과 교육이념의 다양성을 무시하는 것을 정당화해서는 안 될 것이다’고 주장하여 양측이 서로 팽팽히 맞서 있다. 이 지점에서 개정안의 핵심을 들추어 그 정당성을 옹호할 생각도 없고, 경영권 침해라는 개정 반대편의 소리에 내 목소리를 보탤 의향 또한 추호도 없다. 단지 고등학생들에게 2학기 수시입학을 홍보하러 이 학교 저 학교 다니다 보니 일선 고교 교사들 사이에 바로 사립학교법 개정을 두고 이러쿵저러쿵 말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는 것이다. 말하자면 학교운영에 교사들의 불만이 많은 사립학교에서는 교사들 간에 ‘뒷담화’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는 말이다. 그런데 한 가지 흥미로운 사실은 이런 뒷담화에 열을 올리는 교사들을 가만히 보면 대부분 비주류에 속하는 것 같고 그들의 뒷담화는 학교에 대한 불만을 증폭시키는 것이 아니라 되려 압력밥솥의 김 빼는 기능과 같은 효과를 갖는다는 것이었다.

원래 뒷담화는 뒤에서 나누는 담화(얘기)라는 뜻의 은어로, 당구 용어 ‘뒷다마’에서 유래한 말이라는 것쯤은 다 아는 얘기일 터. 이 말이 남의 뒤통수를 치거나 뒤에서 험담하는 뜻의 한자 조어 ‘뒷담화’로 거듭났다. 은어에서 유래한 덕분에 동사형 역시 ‘친다’거나 ‘깐다’가 붙여서 쓴다.
음습하고 부정적인 행동으로 묘사돼온 뒷담화가 언제부턴가 직장생활에서 일상이 되고 있다. 비주류의 정체성을 가진 이가 아니더라도 점심시간에 은밀하게 한 자신의 뒷담화가 위로 새지 않을까 고민을 한 일이 있을 것이다. 그들은 왜 뒷담화를 할까.
얼마 전 우연히 접한 어느 주간지에 실린 글을 읽었는데, 기사 중 어느 의대의 신경정신과 교수가 말한 대목이 나의 관심을 끌어 이 곳에 옮겨 보겠다. “뒷담화는 옳고 그름을 떠나 부정적인 감정을 배출한다는 기본적인 특성을 갖고 있으므로 정신의학상 ‘정서적인 환기(벤틸레이션) 효과’를 낳는다. 또 입 밖으로 자기 생각을 뱉어놓으면 책임을 지기 위해서라도 객관화·논리화하게 되고, 피드백이 따르므로 자신도 성찰의 대상이 되는 ‘무대 효과’를 갖는다. 마지막으로 누군가에게서 지원·지지 받는다는 경험은 공적 조직에서 심리적 안정감을 주는 ‘지렛대 효과’로 작동한다.” 이 교수는 “수직적 집단주의 문화가 우세한 조직에서 개인은 이를 극복하려는 속성을 갖고 있다”면서 “뒷담화는 중심으로 진입하기를 포기하거나 거부하는 사람들이 만들어내는 문화이자 실존 방식일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 사회의 전통 가치로 보자면, ‘뒷담화’ 까는 행위는 파렴치한 행위에 속한다. 허나 이것이 주류가 아닌 비주류가 하는 것이라면 참으로 눈물겨운 자기연민이 아니겠는가. 가령 주류가 하는 뒷담화는 누군가를 ‘왕따’시키는 짓이지만, 비주류가 하는 뒷담화는 ‘그냥’ 하는 것이다. 누군가를 음해하거나 모함하려는 목적이라면 그것은 더 이상 비주류의 뒷담화가 아닐 것이다.

오늘밤에도 이 골목 저 골목에서 은밀하게 주고받는 비주류들의 뒷담화가 꽃을 피우고 있을 것이다. “아주 기묘한 이야기 뒷담화는 묻어 저승까지/ 아주 위험한 이야기 뒷담화까단 죽어 저승가지/ 셧업! 누가 뭐래도 내 멋대로 말한다….” 힙합그룹 에픽하이의 2집에 실린 <뒷담화>의 코러스를 안주삼아서 말이다. 김일수<공주영상정보대·교수> 동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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