⑨달콤한 나의 도시
⑨달콤한 나의 도시
  • 강난희 · 성정아 기자
  • 승인 2008.11.12 20:52
  • 호수 12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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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적이고 도시적인, 그래서 더 공감되는 ‘여자’이야기
30대의 사회생활, 그리고 연애에 대한 솔직한 속내

정이현은 ‘여자’다. 여대를 졸업하고 이제는 서른을 넘긴 ‘여자’다. 그녀의 작품 <달콤한 나의 도시>는 여자들의 이야기이고 그래서 여자들에게 더 공감을 얻는다. 그녀는 30대에 접어든 여자로서의 일상과 고민을 서슴없이, 마치 마음속에 있는 말을 일기에 적듯 풀어놓는다. 마치 한 사람의 속내를 그대로 읽는 느낌이다.

그녀의 문장은 간결하고 강렬하다. 그 간결하고도 강렬한 문장이 쉽게 흡수되어 책을 읽는 내내 눈을 뗄 수 없게 한다. 빠른 극의 전개와 지루하지 않은 구성이 마치 한편의 단막극을 보고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 그 안에서 전해지는 이야기들은 도시적이고 현실적이다. 그래서 현대 도시의 일상을 살고 있는 여자들은 무시할 수 없을 정도로 크게 공감한다. 

그녀의 이야기 속 은수는 우리 사회 여느 30대 직장 여성의 한 명이고, 그녀의 친구들 또한 그렇다. 그녀 주변에 있는 남자들 역시 있을 법한 남자들이다. 은수건, 은수의 친구건, 은수의 남자들이건 그들은 그들만의 가치관을 갖고 있다. 그들에 대한 은수의 생각 혹은 판단은 우리도 할 수 있는 그런 생각들이다.

지금까지 대부분의 사람들은 소설이란 어떤 시대적 특성이 있어야 하고 전해지는 메시지가 강렬하며 그 안의 주인공들은 기승전결을 타고 독자들에게 이야기를 전달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의 작품은 뚜렷한 기승전결이 없다. 시트콤처럼 자잘한 사건들이 이야기가 된다. 또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는 뚜렷한 끝맺음도 없다. 이렇게 그녀의 현실적이며 내면 관찰적인, 또 도시적이고 젊은 감각의 작품이 큰 호응을 얻자 곧장 드라마로 제작됐다.

지난 초여름 방송된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는 원작과는 조금 다르게 초점을 ‘연애’에 맞춰 이야기를 전개했다. 30대 평범한 직장 여성의 순탄치만은 않은 연애 이야기를 세련된 영상미와 개성 있는 인물들로 비교적 예쁘장하게 그려냈다. 하지만 ‘오은수’라는 캐릭터에 대해 그저 귀엽기만 한 인물로 그려낸 점은 조금 아쉽다. ‘최강희’라는 배우가 가진 통통 튀는 매력은 잘 살렸지만 원작에서의 ‘은수’의 내면에 대해서는 어쩐지 부족하다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드라마 역시 나쁘지 않은 시청률을 올리며 여성 시청자들에게 인기를 얻었다. 그로 인해 원작을 몰랐던 사람들도 원작을 알게 된 경우도 많았다고 한다. 사실 이 글을 쓰는 기자 역시 드라마를 원작보다 먼저 접한 사람 중의 하나이다.

혹시 아직도 드라마만 보고 원작을 읽어보지 않았다면, 혹은 정이현 작가가 그려내는, 현실을 사는 30대 도시 직장여성의 마음을 더 깊이 들여다보고 싶다면 지금 ‘오은수’가 되어 페이지를 넘겨보는 것은 어떨까.

강난희 기자 lanhee85@dankook.ac.kr
 

우리의 삶에 네비게이션은 없다
평범해 보이지만 결코 평범하지 않은 은수의 이야기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평범한 서른한 살의 여자 ‘오은수’의 이야기는 첫 장을 넘기면서부터 충분히 느껴질 수 있는 지극히 평범한 모습으로 부담 없이 우리에게 다가온다. 그런데 겉으로 보기에는 평범해 보였던 은수의 삶에 막상 들어가 보니 여러 가지 맛이 존재하고 있었다. 아슬아슬하게 외줄타기를 하면서도 지키고 싶어 하는 연하와의 사랑, 안정을 찾아 선택한 두 번째 남자 영수, 이혼을 원하는 엄마와 고집스럽게 가정을 지키려는 아빠, 불안한 연애를 하지만 항상 유쾌하고 쿨한 친구들, 예기치 않은 영수의 본 모습으로 인한 헤어짐. 책을 읽는 동안만큼은 마치 은수와 한 생각으로 은수의 생각에 공감하며 달콤하면서도 쌉싸름한 맛, 진지한 맛을 느끼며 책을 덮었다.   

이제 2년만 있으면 ‘꺾일(?)’ 나이가 되어간다고 투덜거리던 내게 한마디 했던 서른두 살의 사촌언니 말이 문득 떠오른다. “너도 내 나이 먹어봐라. 스물다섯 살은 아무것도 아냐, 난 서른 살부터 먹어가는 한살 한살이 이십대와는 그 느낌이 절실히 다르다고 느껴지더라.” 물론 아직 나는 서른한 살의 나이가 주는 뉘앙스의 묵직함에 아직 많이(?) 비켜가 있는 나이 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달콤한 나의 도시>는 나의 사랑을 듬뿍 받으며 읽었던 책 중 하나로 남게 됐다.

무엇이든 빠르게 흡수하는 요즘 젊은이들의 세대는 사실 혼돈의 시대에 사는 대표적인 세대라고 생각한다. 어른들이 강조하는 옛날 사고방식과 자유로운 이미지로 대표되는 서양문물과의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게 되는 우리들. 은수의 로망을 채워주는 연하남 ‘태오’와의 사랑과 지극히 안전한 삶을 사는 ‘영수’와의 사랑에서 고민하던 은수의 모습, 주변시선은 신경 쓰지 않고 자신의 꿈을 따라서 훨훨 날아가야 하는 건지, 아니면 안전한 직장을 유지하며 적정한 나이가되면 결혼해야 하는 것인지 고민하던 은수친구의 모습… 모두 이 ‘달콤’해 보이는 도시에 사는 여성들의 공통적인 고민들이다. 한때 유행했던 미국드라마 <sex and the city>나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백영옥의 소설 <스타일> 같은 요즘 자유롭게 살아가는 여성들의 모습을 그리는 작품들에 열광하며 대리만족을 느낀 것처럼 이런 모든 요소들이 이 책에 빠져들 수밖에 없는 매력인 듯하다. 하지만 이 소설이 앞의 작품들과 다른 것은 오랫동안 간직해왔던 꿈을 펼치고 싶지만 한편으로는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마음껏 펼치지 못하고 현실에 순응하며 살고 있는 현실의 우리들의 모습도 담겨있다는 것이다.

책에서 나오는 것처럼 때로는 네비게이션처럼 나의 삶에도 안전하고 정확한 길을 알려주는 그 어떤 것이 있었으면 하고 바랄 때가 있다. 그러나 인생은 앞에 어떤 일이 펼쳐질지 모르기에 더욱 흥미로운 것… 그것을 얼마나 즐기냐는 것은 우리에게 달려있지만 말이다.

성정아 기자 liana@dankoo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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